이기희 칼럼 [같은 하늘 다른 세상]
Early Summer by Hessam
붉게 타올랐다가 무시로 흩어질 뿐
인생에는 법칙이 없다. 산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변화무쌍한 가설과 억측이 있을 뿐이다. 법칙은 만들어진다 해도 다른 법칙이 도입 되면 깨진다. 법칙(法則)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규범이다. 사물과 현상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 내재하는 보편적 필연적인 불변의 관계가 법칙이다. 태어남과 죽음을 제외하곤 인간사에 필연적인 불변의 법칙은 없다.
과학에서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가 뉴턴의 ‘운동법칙’이다. 뉴톤의 법칙은 ‘자연 법칙(Laws of nature)’으로 종종 ‘원리(principle)’와 혼용되기도 한다. 자연법칙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100%라고 주장한다. 중력의 법칙은 보편법칙이다. 질량을 가진 두 물체에 중력이 있을 확률은 100%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100-0%라는 주장은 ‘확률 법칙(Probabilistic Law)’이다. 하루에 담배 10갑을 10년간 피우면 폐암을 유발하는 확률이 높아진다.
‘머피의 법칙’은 일이 잘 안 풀리고 계속 안 좋은 방향으로 꼬이기만 하는 걸 말한다. 1949년 에드워드 머피(Murphy) 대위는 인간이 중력을 얼마나 견디는지 실험했는데 기술자들이 전극봉을 잘못된 방법으로 조립해 실패했다. “어떤 일을 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고 누군가는 꼭 그 방법을 쓴다”고 주장해 ‘머피의 법칙’을 창안했다. 머피는 IG(Improbable Genuine-있을 것 같지 않는 진짜) 노벨상 공학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하버드 대학이 재미있고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에 대해 주는 상이다. 실험은 실패했지만 충분한 안전장치가 있다면 인체는 극심한 충격도 버틸 수 있다는 결과를 입증해 자동차의 안전벨트나 에어백 장치를 의무화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머피의 법칙을 패러디 한 것도 많다. ‘고수입의 화급한 일은 저수입의 화급한 일을 계약한 뒤에야 들어온다.(프리랜스 디자이너의 제 1의 법칙)’ 저수입의 일은 수시로 들어올 수 있는 반면, 고수입의 것은 들어올 기회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바쁜 일들은 모두 마감날이 같다. (프리랜스 디자이너의 제 2의 법칙)’ 피크(peak, 절정)가 있으면 현상이 심해진다. 학교용 책상 디자인은 신학기에 맞춰야 하고 크리스마스 카드, 추석이나 설날 관련 디자인도 특정한 피크 때 완성해야 한다. 진짜로 기발 찬란한 것도 많다. ‘지난 이사 때 없어진 것은 이사할 때 나타난다. (질레트의 이사 법칙)’ 이사하기 전에 가구 등을 다 치우기 때문이다. ‘차를 깨끗이 세차한 날, 혹은 다음날 꼭 비가 온다. (세차와 기우제의 법칙)’ 등등. ‘얼간이 법칙’은 사실감이 절로 난다. ‘찾는 물건은 항상 마지막에 찾아보는 장소에서 발견된다.’ 찾고 나면 다른 장소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도도히 흘러가는 인생에는 법칙이 없다. 원리도 확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를 지구에서 만날 확률은 억만 분의 일도 안 된다. 사랑과 이별에 순서가 없는 것처럼 만남과 작별에도 법칙도 원리도 없었다. 사랑은 찰라의 운명이 만든 기적이였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헤어지고 죽어가는 모든 것은 바람이였다. 이유도 목적도 방향도 없는 바람처럼 형체도 없이 사랑은 내 운명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사랑에는 공식도 원리도 법칙도 없다. 너와 내가 다르고 사람과 사람이 같지 않으니 목숨줄 이을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는 것도 우연이였으니 떠나는 것도 우연일 뿐, 생과 사에 법칙이 없으니 붉게 타올랐다가 무시로 흩어질 뿐.
미주 중앙일보 6.21.2021 (Q7 Fine Art 대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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